시각실인증(visual agnosia)은 물체를 보고도 그 물체를 알아보지 못하는 증상으로, 감각 능력에 문제가 있어서 물체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과는 구별됩니다. 당연히 눈이 안보이는 사람들은 시각으로 물체를 판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각실인증을 앓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요.
시각 실인증 환자들과 눈이 안보이는 사람들은 시각 정보를 저장된 지식과 연결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가 있습니다. 즉, 대뇌 피질까지 시각 정보 신호가 전달되어도 물체를 인식하는데에 문제가 있을 때  시각 실인증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19세기에 독일의 신경학자 하인리히 리사우어(Heinrich Lissauer)가 처음으로 시각 실인증에 두 가지 형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리사우어는 시각 실인증을 1차 감각의 문제로 인한 실인증과 시각적으로 기억에 접근할 수 없는 문제로 인한 실인증으로 나누었고, 이에 ‘Seelenblindheit’ (독일어로 ‘눈 먼 영혼’)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시각 실인증을 크게 통각성 실인증(apperceptive agnosia)와 연합성 실인증(associative agnosia)로 나눕니다.

통각성 실인증(apperceptive agnosia)은 시각 정보의 처리 과정 문제로 물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시각정보 처리과정에서 배쪽 경로(ventral stream)에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납니다. 통각성 실인증이라고 해도 시력이나 색, 움직임같은 기본적인 시각 기능은 정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받아들인 선, 밝기, 색 같은 시각 정보를 하나의 완성된 물체로 지각되도록 뇌에서 통합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물체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각성 실인증인 사람은 무언가를 보고 똑같이 그리거나 같은 모양의 도형을 찾는 등의 간단한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합니다.

연합성 실인증(assosiative agnosia)은 이와 다르게 시각 신호는 정상적으로 받지만, 이 정보들을 물체를 인식하는 데에 쓰지 못하는 것입니다. 통각성 실인증에 비해 뇌에서 더 높은 단계의 처리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이지요. 통각성 실인증과는 다르게 연합성 실인증인 사람들은 간단한 도형을 따라 그리거나 같은 모양의 도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촉각을 통해 인지하거나 언어로 표현된 사물들에 대해 아는 바를 잘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물체를 보여주었을 때 그 물체의 이름을 대거나 묘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연합성 실인증은 물체에 대한 지각과 저장된 기억을 연관시키는 데에 결함이 생겨서 나타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연합성 실인증은 무엇을 인식할 때 어려움이 있는지를 가지고 여러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다른 색을 구별할 수 없게 되는 색채 실인증(cerebral achromatopsia; color agnosia),
사람의 얼굴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 구별하지 못하게 되는 안면인식장애(prosopagnosia),
물체의 방향을 인지할 수 없게 되는 방향 실인증(orientation agnosia),
몸짓이나 제스쳐를 이해할 수 없게 되는 팬터마임 실인증(pantomime agnosia)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유형의 증상에 따라 실인증이 여러가지로 분류가 되고 있지만 통각성 실인증과 연합성 실인증은 기본적으로 유용한 분류체계로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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