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파수면과 신경 – Neural Control of Slow-Wave Sleep

잠은 세 가지 요소에 의해 조절됩니다. 그 세가지 요소는 항상성(homeostatic), 비항상성(allostatic), 생체 주기(circadian) 입니다.
우리가 밤을 샌 다음날에는 평소보다 더 잠을 많이 자게 되죠?? 이런 경우 항상성(homeostatic)이 작용했다고 봅니다. 비항상성(allostatic)란 절박한 상황에서 항상성을 무시하고 일어나는 작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거나 물이 부족해서 마실 물을 찾아야 하는 등 생존에 절박한 경우, 우리는 항상성을 무시하고 계속 깨어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항상성을 무시하고 일어나는 조절을 비항상성(allostatic)에 의한 수면 조절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생체 주기(circadian)는 하루의 시간대(낮/밤)에 따라 수면을 조절하는 작용을 말합니다.

이 글에서는 서파수면(slow-wave sleep)을 조절하는 신경 회로(neural circuitry)와 아데노신(adenosine)의 항상성이 유지되는 과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깨어있을 때는 뇌의 거의 모든 뉴런들이, 특히 전뇌(forebrain)에서,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감각을 받아들이고, 그 정보를 처리하고, 후의 행동을 결정하고 여러가지를 기억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지요. <각성 상태와 신경> 글에서 살펴본 5가지 종류의 각성 뉴런(arousal neuron)이 각성 상태를 조절합니다. 때문에 그 뉴런들의 활동성이 억제되면, 잠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5가지 각성 뉴런(arousal neuron)의 활동은 어떻게 조절될까요?? 20세기 신경학자 Constantin Von Economo는 뇌염(encephalitis)에 걸린 환자들로부터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바로 뇌간(brain stem)과 전뇌(forebrain)의 연결부위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과도한 수면 활동을 보였고, 전방 뇌하수체(anterior hypothalamus)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피곤해도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잠을 너무 많이 자게 된 환자들의 경우 각성 뉴런(arousal neuron)에서 전뇌(forebrain)로 연결되는 신경이 손상된 경우입니다. 반면, 불면증을 겪게 된 환자들은 시삭전 영역( preoptic area)이라고 불리는 곳이 손상된 것입니다.

시삭전 영역(preoptic area)은 잠에 관계된 중요한 곳 중 한 곳입니다. 시삭전 영역은 각성 뉴런(arousal neuron)과 억제성 시냅스 연결을 하고 있습니다. 시삭전 영역이 활성화된다면, 각성 뉴런이 억제될 것이고, 그러면 잠드든 것입니다. 쥐들의 시삭전 영역을 파괴했을 때, 쥐들은 완전히 불면증에 걸렸고, 잠을 못 자서 평균 3일 정도에 뇌사상태에 빠지거나 죽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반면에, 쥐의 시삭전 영역을 자극하면 잠들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수면 뉴런(sleep neuron)의 대부분은 복외측 시삭전 영역(ventrolateral preoptic area;vlPOA)에 있습니다. 그리고, 몇몇은 중앙 시삭전 핵(median preoptic nucleus;MnPN)에도 있습니다. vlPOA의 뉴런에 손상을 가하면 잠이 억제됩니다. 이런 수면 뉴런들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를 각성 뉴런이 있는 뇌의 5개 영역으로 분비합니다. 그렇게 각성 뉴런을 억제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수면 뉴런들도 억제성 신호를 받습니다. 재미있게도, 수면 뉴런들을 억제하는 것은 각성 뉴런들로, TMN(tuberomammillary nucleus), 솔기핵(raphe nuclei), 청반(locus coeruleus) 등에서 수면 뉴런을 억제합니다. 즉, 수면 뉴런을 억제하는 물질은 히스타민(histamine), 세로토닌(5-HT), 노르에피네프린(NE) 입니다. 이런 상호 억제작용(mutual inhibition)에 의해 잠과 각성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일종의 플립플롭 회로(flip-flop)이 형성됩니다. 수면 뉴런과 각성 뉴런이 서로를 억제하기 때문에 동시에 활성돠되는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실제로도 vlPOA의 수면 뉴런은 각성상태에서 수면상태로 들어가기 전까지 비활성화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플립플롭 회로(flip-flop)는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넘어갈 때 빠르게 넘어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실제로 동물들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플립플롭(flip-flop) 시스템에도 불안정 하다는 한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기면증(narcolepsy)에 걸린 사람이나 오렉신성 뉴런에 손상을 입은 동물들이 이런 불안정성을 보입니다. 아주 흥미로운 것이 없으면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오렉신성 뉴런(orexinergic neuron)이 다른 각성 뉴런들을 활성화 시키는 것으로 플립플롭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검증되었습니다. 오렉신성 뉴런은 각성 뉴런들을 자극하고, 수면 뉴런들을 억제하며 안정적으로 깨어있는 상태가 유지되도록 합니다. 재미없는 수업같이 지루한 시간에 우리를 깨어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오렉신성 뉴런인 것이지요.

그 중에, 오렉신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쥐가 정상 쥐들과 같은 양의 수면량과 각성량을 보이면서도 그 지속시간이 매우 짧아 수면-각성 상태가 자꾸 변하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오렉신성 뉴런이 플립플롭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데에 도움을 주는 또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데노신 작용제(adenosine agonist)를 vlPOA에 주입했더니 그 곳의 뉴런들을 활성화시키면서 TMN의 히스타민성 뉴런의 활동이 줄어들면고, 서파 수면(slow-wave sleep)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데노신 수용체는 vlPOA뿐 아니라 외측 시상하부(lateral hypothalamus;LH)의 오렉신성 뉴런에서도 발견됩니다. 이는 아데노신이 수면을 유도하는 모든 작용이 vlPOA의 뉴런을 거쳐 일어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말해줍니다.

게다가 플립플롭 시스템을 조절하는 오렉신성 뉴런을 조절하는 것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바로 생체 주기 신호(biological clock), 굶주림 신호(hunger signal)와 그와 반대되는 작용을 하는 포만 신호(satiety signal)입니다. 굶주림 신호는 오렉신성 뉴런을 흥분시켜 동물들을 각성상태로 만드는 반면, 포만 신호는 오렉신성 뉴런을 억제합니다.
마지막으로 vlPOA에서도 오렉신성 뉴런에 억제성 신호를 전달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아데노신의 축적으로 인한 vlPOA의 수면 신호가 오렉신성 뉴런의 흥분 신호를 압도하게 되면 동물은 잠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 긴 글을 한 그림으로 요약해 보았습니다.

수면활동조절

이렇게 복잡하고도 정교한(더 자세히 들어가면 끝도 없겠죠…) 과정에 의해 수면활동이 조절된다는게 정말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