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파괴 실험 – Experimental Ablation

뇌의 기능을 알아보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뇌의 한 부분을 파괴하고 그 후에 그 동물의 행동 변화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뇌 파괴 실험(experimental ablation)이라고 합니다. 가장 오래 된 뇌 연구 방법이기도 하고, 오늘날에도 주로 쓰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실험을 위해 뇌에 준 상처를 뇌 병소(brain lesion)라고 합니다. 그리고, 뇌에 상처를 주는 것으로 변하는 동물의 행동을 가지고 연구하는 것을 손상 연구(lesion study)라고 합니다. 손상 연구를 하는 이유는 뇌의 각 부위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이런 일들이 특정 행동을 이루어 내는 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뇌 기능(brain function)과 행동(behavior)은 차이가 있습니다. 뇌의 신경 회로에서 일어나는 일을 뇌 기능이라고 합니다. 행동은 실제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움직임을 말하며, 여러 신경 회로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렇게 뇌의 모든 부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뇌 손상 연구의 어려운 점이기도 합니다.  만약 X 란 부위에 손상이 생겼을 때 특정 행동이 방해된다면, 우리는 이 행동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 X에서 실행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직 그렇게 단정짓기는 힘듭니다. 왜냐하면 X에 가해진 손상이 뇌의 다른 부분인 Y의 회로를 방해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제 어떤 식으로 뇌에 상처를 주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주로 뇌의 피질 아래에 있는 영역(subcortical region)을 손상시킵니다. 주로 맨 끝을 제외하고 절연 처리된 스테인리스 스틸 철사를 이용해 흘려보내는 전류를 이용합니다. 철사를 원하는 지점까지 보낸 다음, 고주파 전류(RF current; radio frequency current)를 흘려주는 lesion-making device를 작동시킵니다. 그 전류는 뇌 조직에서 열을 내게 되고 , 그 열로인해 철사의 끝 주변에 위치한 뇌조직들이 손상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그 곳에 위치한 뉴런의 세포체(cell body), 그 곳을 지나던 축삭(axon)등 그 지역의 모든 것을 파괴합니다. 이 방법을 RF lesion이라고 합니다.

뇌 조직을 손상시키는 데에 좀 더 선택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흥분성 아미노산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카인산(kainic acid)같은 흥분성 아미노산은 뉴런들을 자극해서 죽게 만듭니다. 이런 방법으로 생겨난 손상을 흥분성 독 손상(excitotoxic lesion) 이라 합니다. 캐뉼라(cannula;체내로 약물을 주입하거나 체액을 뽑아내기 위해 꽂는 관)를 통해서 아미노산을 주입하면, 인접한 뉴런의 세포체(cell body)는 파괴하지만, 그 주위를 지나가는 다른 뉴런의 축삭(axon)은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이런 선택적 파괴는 어떤 행동의 변화가 뉴런의 파괴가 원인인지 혹은 지나가던 축삭의 파괴가 원인인지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예를 들어서 RF lesion을 통해 뇌의 특정 부위가 행동 X를 방해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시다. 그리고, excitotoxic lesion을 그 부위에 실시했을 때 행동 X가 방해받지 않았다면, 행동 X를 일으키는 것은 그 부위를 통과하는 축삭(axon)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특정한 종류의 뉴런만 죽일 수 있는, 좀 더 특화된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접합 사포린(conjugate saporin)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독성 단백질인 사포린(saporin)에 특정 뉴런에게만 있는 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 항체(antibody)가 결합(conjugate)된 물질입니다. 항체덕분에 사포린은 특정 뉴런에게만 전달되고, 특정 종류의 뉴런들만 죽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뇌를 손상시키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요, 이런 방법들로 뇌를 손상시키기 전에 우리는 철사, 캐뉼라 등을 원하는 위치에 꽂을 때 뇌의 다른 부분들을 약간씩 손상시키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실험 결과로 행동 X가 방해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도 그 것이 손상시키려고 했던 곳에 의한 방해인지 혹은 철사나 캐뉼라를 꽂을 때 생긴 손상에 의한 방해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실험들에서 통제군을 만들듯 뇌 손상실험에서는 모의 손상(sham lesion)군을 만듭니다. 뇌에 손상을 주기 직전 단계까지 똑같은 처리를 하는 것으로, 전극을 꽂거나 캐뉼라를 꽂는 작업까지는 실험군과 똑같이 처리하고, 마지막 단계인 손상을 주는 단계는 실행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실제 손상을 입힌 동물군과 행동을 비교/대조하며 행동의 장애가 손상에 의한 것인지 혹은 실험 과정에서 생겨난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뇌에 영구적인 손상을 남기는 방법에 대해서만 설명했는데요, 이제 일시적인 손상을 주는 것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국소 마취제(local anesthetic)나 무스키몰(muscimol)같은 물질을 주입하는 방법입니다. 마취제는 축삭의 활동전위를 막아서 일시적 손상(temporary lesion; reversible lesion)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무스키몰은 GABA 수용체를 자극해서 그 주위 뉴런들의 활동을 억제합니다. 이런 식으로 뇌에 일시적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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